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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7-8구간(부항령-우두령-추풍령)

 

 

< 어제 부항령-우두령 구간에 이어 오늘은 우두령-추풍령 구간을 시작한다 >

▲ 우두령(질매재)

한여름 무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해보기 위하여 해뜨기전에 질매재를 출발하려 하였지만 침낭속에서 꾸물대다보니  아침 6시가 넘어서야 황악산을 향한 이정표 앞에 선다. 같이 야영을 한 산꾼님은 벌써 황악산을 향해서 떠나고 없다.

 

 

▲ 혼자서 짙푸른 숲속 흙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아직은 산행 초반이라 힘든 줄 모르고 오르막 내리막 산길을 즐기며 진행한다. 

 

 

▲ 대간길 이정표, 쉼터, 나무계단 등을 설치하고 보수하기 위해 산악용 소형짐차가 다니는 길이 별도로 나있다. 공사용 자재 등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해 원동기형 짐차를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대간길에서 이런 길을 만나니 호기심이 발동하여 짐차가 다니는 길을 한참 동안 따라가 본다. 

 

 

▲ 얼마전 설치공사를 끝낸듯 대간길 설치물들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 이정표상으로 바람재까지 1.2키로 남았으니 여정봉이 지척이다.  

 

 

▲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지나온 대간길을 조망해 본다.

 

 

▲ 여정봉

부산낙동산악회에서 설치한 여정봉 정상 표시판이 반갑기만 하다. 이런 안내판마저 없었다면 대간초보는 그냥 지나쳤으리라. 여정봉 정상은 숲에 묻혀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사진만 담고 출발한다. 

 

 

 

▲ 바람재로 내리막을 타기 바로 직전에 만난 봉우리는 민둥산이다. 이 민둥산에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사방공사가 진행중이다.  임도도 널찍하게 개설되어 있어 공사차량이 올라와 있다.

  

 

▲ 사방공사가 진행되는 민둥산 임도에 들어서자 전망이 트인다. 바로 아래가 바람재이고 건너편으로 황악산 능선이 시작된다. 대간길은 바람재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내려서 만큼 올라야 한다. 

 

 

▲ 바람재를 향해 급경사로 내리막을 타면서 건너편 황학산 봉우리들을 조망한다. "높아만 보이는 저 봉우리들을 언제 오를꼬?"  병풍처럼 늘어선 봉우리들은 대간초보를 주눅들게 만든다. 더구나 한낮 무더가 벌써부터 기지개를 펴면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오늘 산행에서 무더위와 싸움이 이미 시작되었다.  

 

 

▲ 바람재

넓은 평지위에 세워진 바람재 표지석. 바람이 많아서 바람재인지 바람재 글자 또한 바람에 날리 듯 새겨져 있다. 자연석에 자연스럽게 새겨진 바람재 표지석, 지금까지 보아온 가공되고 정형화된 다른 표지석보다 훨씬 보기도 좋고 정감이 간다.  바람재 인근에는 임도까지 개설된 것으로 보아 예전엔 이곳에서 농사도 짓고 사람도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 30여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자 신선봉 갈림길 이정표가 나온다. 급경사에 무더위에 산행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쉼터가 나타나도 쉴 수가 없다. 오늘 날머리 추풍령까지 갈길이 멀기 만 하기 때문이다.   

 

 

▲ 신선봉 갈림길에서 15분정도 더 진행하여 형제봉을 오른다.  형제봉은 시원하게 조망이 터진다.

 

 

▲ 형제봉에서 충북 영동군 상촌면 궁촌리쪽을 조망해 본다. 형제봉 바로 아래 그림같은 산골 마을이 보이기도 한다.  

 

 

▲ 형제봉에서 지나온 대간길을 되돌아 본다. 임도를 따라 올라 사방공사가 진행중인 민둥산과 여정봉, 삼성산이 벌써 저만큼 멀어져 있다.

 

 

▲ 황악산

들머리 우두령에서 3시간여만에 오늘 산행구간 최고봉인 황악산에 도착한다. 황악산 정상은 안내석과 백두대간 안내판, 돌탑 등이 다채롭게 설치되어 있고 주변 등산로 또한 널찍하니 정비되어 있다. 황악산은 직지사를 품고 있어 김천쪽에서 직지사를 거쳐 황악산을 오르는 여러갈래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황악산 정상에 당도하자 등산객들중 한분이 친절을 베풀어 주신다. 본인도 대간산행을 여러번 참가하였다며, 배낭에서 시원하게 보관해온 방울토마도 통을 꺼내어 놓으며 더위나 식히고 가라 한다.  "아이구 ..... 감사합니다........"  겸연쩍게 인사를 건네고 타들어 가는 목마름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무더워진 날씨에 사양할 틈도 없이 방울토마도 몇개를 입에 넣으니, 톡톡터지는 토마도가 더위에 지친 대간꾼에겐 생명수이자 감로수이다. 집에서 먹던 방울토마도가 아닌 천상에서 내려준 토마도 맛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달고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해 준다. 너무도 고마워 잠시 이런 저런 산행 이야기를 나눈다. 산꾼님은 날씨가 너무 무더워 산행이 힘들겠다며 쉬엄쉬엄 가라고 격려해 준다. 그리고 직지사로 빠지는 길이 더 넓고 정비가 잘되어 있으니 직지사쪽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한다. 기진맥진 산행중에 이런 친절이나 도움을 받으면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오랫동안 머물 수 없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헌데, 친절한 산꾼님이 알려준데로 갈림길이 나타날때마다 주의를 기울였지만, 결국 직지사쪽으로 길을 잘못들어 40여분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 황악산 정상에서 대간길은 우측으로 휘어지며 내리막을 타게 되나 언뜻 보기에 직진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꼭 대간길 능선같아 몇번이고 지도를 확인하며 진행을 한다. 더구나 직지사 갈림길까지 이정표도 없다. 한번 의심이 들고나니 계속해서 대간길 능선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방향감각마저 헷갈리게 한다. 

 

 

▲ 드디어 직지사 갈림길을 만났지만 이정표를 확인치 아니하고 영동군 매곡면 어촌리 저수지쪽으로 잠시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와 직지사 가는 길로 곧장 내려가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쉼터에서 쉬고 있는 일반 등산객들한테 길을 물어 본게 화근이었다. 그들 또한 이곳이 초행이거나 대간길을 모르는 분들인데 막연히 직지사 가는 길을 알려준 것을 대간길로 착각한 것이었다. 이정표 확인을 소홀히 한 결과 한참을 급경사 내리막을 타다가 계곡을 만나고 대간길이 아님을 깨닫고 나서야 다시 힘겹게 직지사 갈림길로 되돌아 오른다. 40여분간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니 급격히 피로가 몰려 온다. 여시골산 방향 이정표가 분명히 있는데 왜 이를 소홀히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마치 무엇에 홀린 듯이 우왕좌왕했던 것 같다.

 

 

▲ 여시골산

길을 잘 못들어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여시골산에 도착하자 정오가 다되어 간다. 궤방령 직전 여시골산 정상은 숲속에 묻혀 있고 조망은 없다.

 

 

▲ 괘방령 가는 길 또한 길을 잘 못 들어설까봐 반짝 긴장하고 지도와 대간리본을 확인해 가며 내려간다

 

 

▲ 괘방령이 가까워지자 임도길에 목장도 나타나고 농장도 나타난다.   

 

 

 

▲ 괘방령

충북 영동군 매곡면과 경북 김천시 대항면을 연결해주는 고개길 괘방령. 옛날에는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들과 상인들이 애용하였다는 고개길이다. 괘방령 안내판 근처에 괘방령산장이 있어 점심을 해결하려 들어 갔지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통에 물만 얻어 채우고 도로 나온다. 주변에 상점도 식당도 쉴만한 그늘도 없는 괘방령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이 찌는 듯한 무더위에 속에서 추풍령까지 진행 할 것인가?  아니면 이 곳에서 산행을 마칠 것인가? 무더위에 지쳐버린 체력은 이미 바닥이고 간단한 요기거리로 가져온 쵸코파이와 자유시간은 너무 달아 입에 넣기도 싫다. 과일은 준비해 온게 없다. 허나 여기서 산행을 끝낼 순 없다. 천천히 가더라도 가자. 어찌되었든 오늘은 추풍령까지 가야 한다. 그래야 다음 구간이 편해진다. 아니 산행 목표를 수정하는게 싫다. 그래.............  더위에 지쳐 쓰러지지는 않을테니 끝까지 가자......................  

 

 

▲ 가성산 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산행속도도 떨어지고 소진되어 가는 체력을 보충할 방법도 없다. 포카리스웨트 분말가루를 물통에 타서 연신 마셔대지만 줄줄 흘러내리는 땀은 멈추지 않는다.  

더하여, 쉬지 않고 달라 붙는 날파리 녀석들은 힘빠진 대간꾼을 모질게도 괴롭힌다. 손으로 휘휘 저어 쫒아 보지만 금새 다시 나타나 눈동자를 향해 돌진할 기새로 맴돈다. 내버려 두면 정확하게 눈동자를 향해서 날아든다. 처음에는 왜 이런 저돌적인 행위를 하는지 의아해 했지만, 이 녀석들이 산짐승 눈동자를 향해 본능적으로 돌진후 종족번식을 위해 알낳기 행위를 하는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목숨을 걸고 달라 붙을 일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안위보다 본능적으로 돌진하는 저 행동이 날파리 녀석들에게는 더 필요한 행위일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이 녀석들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더위와 싸우랴 날파리 쫒으랴, 파리채라도 달고다녀야 될 판이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모자뒤에 나무잎이 달린 나무가지를 꽂거나 일본군들이 정글에서 썼던 모자처럼 수건을 모자뒤로 늘어 뜨리면 날파리들이 달라붙지 않는다고 하는데, 흐르는 땀을 닦다 보면 이 또한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아침과  저녘에는 달라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낮에만 자살 폭격기처럼 달라 붙다 저녘때만 되면 소리없이 사라진다.   

  

 

▲ 가성산이 가까워 지자 김천시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대간길이 숲속에 묻혀 있다 보니 이런 전망대가 나타나면 반갑기만 하다. 추풍령을 향해 오르는 경부고속도로와 국도가 보이고 희미하게 김천시내가 보인다. 하늘을 향해 자라기가 싫어 땅쪽으로 가지를 뻗는 노송을 보며, 잠깐동안 김천시에 살았던 옛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 가성산

괘방령에서 2시간 30여분만에 가성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거리상으로 4키로 정도이지만 더위에 지쳐버린 대간꾼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고 산행속도는 점점 떨어져만 간다. 오는 도중 여러번 쉬었지만 방전된 배터리처럼 몸속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느낌이다. 온몸의 체액이 전부 빠져 나간 것 같다. 가성산은 사방으로 전망이 트이고 김천시내가 한눈에 들어 온다. 추풍령 고개를 향해 오르는 경부선 디젤기관차의 우렁찬 엔진소리도 고즈넉하게 들려온다.  

 

 

▲ 가성산 정상에서 장군봉과 눌의산이 조망된다. 장군봉은 가성산에서 급경사로 안부에 내려선후 다시 올라야 하는 봉우리로 산행말미에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봉우리이다. 눌의산 역시 장군봉에서 내려섰다 다시 올라야 한다. 산행 말미이지만 아직도 두개의 큰봉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 가성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영동군 매곡면 옥전리쪽 전경이다.  

 

 

▲ 장군봉을 오르며 너무나 지친 나머지 장군봉 정상 표시판 한장만 찍고 눌의산으로 향한다. 숲으로 덮혀 있으니 사진을 담을 만한 곳 또한 없다.

 

 

▲ 눌의산

마지막 봉우리 눌의산 정상에 오르니 오후 4시반, 들머리 우두령에서 10시간이 넘게 걸어 왔다. 예상보다 길어진 산행시간이지만 어찌되었든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하였다는 안도감에 몸은 파김치가 되었지만 뿌듯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그래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길 잘한거야..."

눌의산까지 오는 도중에 지칠때로 지친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을 때, 일사병까지 걱정하면서 너무 무리한 산행이 아닌가 자책도 하였지만 마지막 남은 땀방울까지 쏟고 나니 또 다른 희열감이 찾아온다.

눌의산 정상은  헬기장과 정상석을 설치한 공터도 있다. 정상에서는 추풍령 면소재지를 곧바로 굽어 볼 수 있다. 

  

 

▲ 눌의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추풍령면 소재지 모습. 훌쩍 건너 뛰면 면소재지에 바로 내려 설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다. 그만큼 눌의산에서 추풍령으로 향한 길은 급경사 내리막 길이다. 대간길은 눌의산 정상에서 좌측으로 진행하여 헬기장 2개를 더 만나고 대간리본을 따라 급경사 하산을 하여야 한다.

 

 

▲ 눌의산에서 급경사로 하산하면서 등산 안내판의 안내를 받는다. 눌의산 정상에서 내려다 봤을때 추풍령이 가까운 거리로 보였지만 실제 산행거리는 2.9키로로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 고속도로 지하통로를 빠져 나와 좌측으로 진행하여 철도 지하통로를 통과 추풍령리로 나와야 하지만, 고속도로 지하통로 통과후 우측으로 잘못 진행하여 김천시쪽 국도로 우회하게 되었다.  

 

 

▲ 김천쪽으로 치우친 철도 지하통로를 통과하여 추풍령고개로 거슬러 오른다. 잘못된 진행이었지만 지도를 살펴보니 추풍령리쪽 지하통로를 이용하는 것과 거리상으로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추풍령 고개를 넘어 추풍령면 소재지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한다. 

군내버스로 추풍령에서 황간, 매곡면을 거쳐 상촌면으로 가기 위함이다. 상촌면에서 다시 우두령으로 올라가 승용차를 회수해야 한다. 우두령은 버스가 없으므로 상촌면 소재지에서 택시를 이용할 참이다. 버스에 오르기전 매점에서 1.5리터 사이다를 사서 단숨에 들이킨다. 헉헉거리며 사이다를 들이키자 쎄한 찬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이것으로 식사는 건너 뛴다. 허기가 지지만 시원한 음료외에는 먹고 싶은 음식이 없다. 너무나 지쳐버리니 식욕까지 잃는 모양이다.

이렇게 대간길 7-8구간을 무더위와 싸워가며 마무리한다. 나름대로 무더위에 대한 준비를 했지만 막상 이틀을 무더위와 함께하고 나니 기진맥진이다. 다음 구간에는 무더위에 대한 대비를 더 철저히 해야 겠다. 아침, 저녁으로 산행하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에는 쉬는 방안을 찾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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