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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종주 셋째날

장터목-천왕봉-백무동

2009.7.23(목)  

 

 

 

장터목 산장 안내판 그림이 재미있다.

예전에 지리산속에는

화전민을 비롯하여

도를 닦는 사람들

약초캐는 사람들

죄(?)를 짓고 도망온 사람들 등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에 의지해

계곡마다 여기 저기에 집을 짓고 살았단다

삶의 질도 산밑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 못지않게

먹을 것을 자체 조달하여 높았다고 하니,

지리산은 이들에게

모든 것을 가져다주는 푸근한 어머니 품속이었을 것이다

해서

장터목은 중산리와 백무동을 연결하는 장터이자

지리산 산사람들을 위한 풍성한 장터이지 않았을까...

주막집, 국밥집, 우시장  등 갖출건 다 갖춘 장터이다

지금은 지리산 공원내 거주를 허용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빨치산 토벌이 벌어질때

산속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을 모두 소개시키고

빨치산의 보급로와 근거지를 제거하기 위해

산속의 집들을 모두 불태웠기 때문에

산속에 집이 없단다. 

그 옛날 산길도 제대로 없던 시절

무거운 짐을 지고, 머리에 이고

산을 올랐다니.....

한편으로 고단했던 삶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장터목에 배낭을 내려놓고

천왕봉을 향해 출발한다

배낭 없이 산을 오르니 날아갈 듯 편안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돌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몸이 천근 만근인 것은 배낭을 메고 있을 때와 똑 같다.

 

 

껀니와 빼꼼이 제석봉을 오르다 사진 한방.

주변은 고사목 지대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나면서 주목도 여기 저기서 크고 있다.

   

 

제석봉 전망대에서 엄마도 사진 한방

천왕봉은 더 올라야 하는데 벌써 힘들어 보인다.

 

 

제석봉을 지나자

내리막 길 양옆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꽃밭이 나타났다

"우와........  예쁜 꽃들이 마니도 피었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헌데 우리 모두 꽃 이름을 모르기에  

그냥 있는 그대로 감탄해 본다

 "우와........  정말......... 예쁘다........"

 

 

통천문.

세월의 비바람에 마니도 닳아 버렸다.

 

 

천왕봉을 향해 오르다 중산리쪽으로 사진 한방

구름들이 능선에 걸쳐서 지나간다.

  

  

천왕봉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왕봉 정상에서 가족 사진 두방.

정상에는 생각보다 산님들이 많지 않았지만

천왕봉 표지석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면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정상은

여러 산님들이 오르고 있지만

모두들 차분하고 조용히 머물다 내려간다

진정한 산님들은

마지막 정점에서도 흔들림이 없는가 보다

감격스러운 모습 마저도

꿋꿋하고 의연함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다섯시간 내지 여덟시간을 오르는

인내력의 한계를 넘어선

진정한 산님들은 

천왕봉의 시원한 맞바람으로 만족해 한다.

더 이상 원하는 바가 없다

지리산의 부름은 나 자신이 선택한 길이고

천왕봉의 오름은 당연한 일이다

감격도 감동도

이미 예정이 되어 있었고

땀 흘리며 숨고르기를 하며

이미

지리산 품속에 수없이 안기었다.  

 

 

마지막으로 대구의 멋진 산님께서 가족사진을 찍어 주셨다

구름이 몰려와 전체를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천왕봉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대구 산님과 인사를 나눈후 우린 장터목으로 향했다

아침에도 구름때문에 일출을 볼 수 없었단다.

 

 

장터목으로 하산하는 길에도

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가린다.  

  

 

장터목에서 점심 식사후

백무동을 향해 출발하기전 기념사진 한방

배낭의 무게도 부피도 마니 줄어 들었다

이젠 힘든 오르막도 없다

이미 예약해 놓은 민박집을 향해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지리산 주능선에서 2박3일

무엇보다도 모두들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지리산 종주를 하게 되어 기뻤다.

 

 

장터목을 출발한지 한시간이 넘고

참샘을 지나자 계곡물 소리가 점점 커진다.

 

 

출렁다리에서 껀니

땀을 비오듯이 흘린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기온이 오르고 습도도 높아지니

땀을 비오듯 흘릴 수 밖에..... 

  

 

하동바위를 지난 이정표에서 껀니

땀으로 목욕을 한 것 처럼 지쳐보인다

 

 

백무동 도착전 껀니와 빼꼼

엄마 아빠보다 근 1시간을 앞서 내려왔다

엄마가 내래막길에서 발톱이 등산화에 부딪혀 많이 아파했다.

고통을 참아가며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빼꼼, 껀니는 장터목에서 백무동 첫 민박집인 느티나무산장까지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나 보다

왜 그리 빨리 내려왔냐고 물으니

"빨리 내려가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럴만도 하다

3일동안 머리도 못감고

목욕은 생각도 못하고

세수도 그럭저럭 

땀에 젖은 등산복을 이틀씩이나 입었으니............

산장에 짐을 풀고

욕실 목욕을 하고 나니 날아갈 것 같다

산장옆은 백무동 계곡인데

물소리가 우렁차서 귀가 얼얼하다

잠잘때에는 물소리가 너무 커 

계곡쪽 창문을 꼭 닫고 자야 했다.

저녁은 산장식당에서 흙돼지 삼겹살 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밥도 두그릇을 헤치웠다

헌데 민박집이 썰렁하다

식당도 그러하고 숙박실도 그러하고

휴가철인데도 목요일 평일이라서 그러한가?

폭우가 내렸고 내리는 장마철이라 모두들 예약을 취소했나? 

산장에 머무르는 사람들도 

우리가족 말고는 없는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민박집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야 제맛인데

민박집이 적막한 모텔 분위기다.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한다

배낭을 풀어 제끼니 먹을것은 다 없어지고

쓰레기 봉투와 빨래 봉투가 엄청 커져 있다

차량은 내일 아침에 가지러 가기로 하고

모처럼 온가족이 테레비도 보면서

느긋하게 하루밤을 보낸다...

굳이 일찍 잠들일이 없어

모처럼 각자의 한달 용돈을 걸고 고스톱을 한판 쳤다

결과는 껀니의 대승

아빠는 그럭저럭 버티고, 엄마와 빼꼼이의 대패

양 어깨쭉지가 갑자기 저리고 아파와 파스를 붙이고

왼무릎은 서늘한 기운이 돌아 계속 맛사지를 해준다

아니...

산에 있을때는 괜찮더니만 내려오니 아프네...

긴장이 풀려서 그러하나? 모를일이다

엄마는 빨갛게 봉숭아 물들인 발톱이다

좀더 심해지면 발톱이 빠질텐데....

다행히 발톱이 빠질것 같진 않다.

껀니와 빼꼼이는 아픈곳이 없고

이상..............

지리산종주 결과 건강진단 끝.

병원에 갈 사람 아무도 없음.

모두 건강함. 

무사히 지리산종주를 끝내고

다친이도 병난이도 없이

임무를 완수한 군인처럼

흐뭇한 기분으로

지리산 마지막 밤을 백무동 민박집에서 보낸다.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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