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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7.21(화)
임걸령 - 연하천산장 까지
임걸령에서 부터 오르막이 나타나며
체력소모를 부추기는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배낭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열계단을 오르면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삼십계단 도달전 멈추고
숨 고르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사진사 빼꼼이와 껀니는
굼뱅이처럼 돌계단을 오르는 엄마, 아빠가
보기가 안스러워서 인지
기다리기가 답답해서 인지
어느틈엔가 연하천을 향해 내빼고 없다.
덕분에 노루목,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 명선봉, 연하천산장까지
사진 모델로 한번도 등장할 수 없었다
쩝......
사진사가 내빼버렸으니
아쉬웁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군......
내심 놀란것은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컸을 줄이야
지리산종주 계획을 짤 때
아이들이 힘들어 뒤로 쳐지면 어떻게 하나 하며
종주일정을 최대한 여유있게 잡은 것인데......
그런데
실제 산행을 해보니
아이들은 번개같이 사라지는데
나이먹고 털빠진 아빠는 뒤로 뒤로 쳐지기만 한다
윽.....
아빠도 젊었을때
해병대 2년 반을 오기로 버틴적이 있는데
이제는
진짜로 나이 먹고 검은머리 파뿌리되어
이발할 때마다 머리숫 세며
염색을 하게 되었나 보다.
어찌되었든
지리산종주 목적중 하나는 실패로 돌아가고
대신 아빠와 엄마가 혹독한 극기훈련을 받았다
비록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팽개치고 내빼버렸지만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이
빼꼼이와 껀니가
산행내내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만 하였다.
삼도봉에서 껀니가 자신 주먹과 비교하며
기념촬영을 한 사진에 대해서 물어 보니
"굉장히 큰 솔방울인데 나무밑에 여러개 떨어져 있어서...."
에이구 아까워라
그 솔방울 씨앗이 얼마나 귀한 건데....
좋은 자연학습 기회를 놓쳐버렸다
삼도봉 조망이 그렇게 좋다고 소문이 났는데
짙은 안개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노고단에서 부터 천왕봉 주능선까지 다 보인다고 했는데...
빼꼼이는 쬐끔 힘들었는지 윗 사진의 산딸기 처럼 얼굴이 달아 올랐다
등산로 옆 산딸기가 운좋게도
우리 사진사 눈에도 띄었나 보다
이어 화개재를 향한 급경사 내리막 길
550개 정도의 계단이 이어지고..........
기상대가 예보한 대로
오후 3시가 되어가니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지리산 능선들이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한다
빼꼼이가 화개재에서
토끼봉과 명선봉 능선을 배경으로 한 컷.
이 곳을 통과해야만
오늘의 쉼터 연하천에 다다를 수가 있다.
토끼봉 오르는 길도 무지 무지 힘들다
토끼봉이 높아서가 아니라 화개재가 너무 낮아서 이다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550여 개단 내려온 만큼
토끼봉에서 다시 올라야 한다
어쩐지
자꾸만 계단으로 내려가는게 불안스럽더니만
평탄한 길은 돌맹이와 바위덩어리요
오르막은 돌계단이 계속된다
껀니의 얼굴에도 힘든 모습이 비치기 시작하고.......................
토끼봉에서 명선봉 쪽으로 넓은 헬기장이 나타난다
이제부터는
서서히 체력도 떨어져 가고
시간도 어느덧 오후 4시가 되어간다
임걸령을 출발한지 2시간여 5키로 정도 온것인데
엄마, 아빠는 30여분 뒤쳐졌으니 1시간당 2키로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후 명선봉을 지나 연하천까지는
사진이 없다
사진사에게 물어보니
찍을만 한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가?
힘이 빠져서 못 찍은건 아니고?
연하천까지는 명선봉 주능선을 타지 않고
7 - 8부 능선쯤을 탄 것 같은데
맞는 판단인지는 모르겠다
해서 주능을 탈때 보다는
훨 재미가 없다
확 트이는 전망대도 없고
계속 숲속 너덜길을 지나간다
더구나 연하천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보니
빨리 도착하고픈 욕심에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대피소가 나타 나겠지 하고 돌면 또 능선이 나타난다
능선을 돌면 또 능선,
능선을 돌면 또 능선...........
체력이 바닥을 보인다고 할 즈음
갑자기 연하천 대피소가 나타난다.....
연하천 도착후 껀니의 지친 모습...
연하천 샘터는
비가 내린후 수량이 늘어서 인지
물이 콸콸 흘러 넘쳐 아예 도랑을 이루고 있다
도랑물은 얼음장같이 차가워 발이나 손을 오래 담글 수도 없다
현재시각 오후 5시45분
노고단을 출발한지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된것 같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1시간을 합치면
엄마,아빠 기준 6시간 30분 소요되었고 산행 거리는 13키로 이다.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선전하고 계획대로 진행된 셈이다.
아쉬운 점은 계속된 장마비로
시야가 흐려져
지리산 능선들을 감상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볼 건 다 보았고
느낄건 다 느껴 보았다
언제 또 우리 4명 온가족이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어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 모를 지리산 종주이다
금쪽 같은 시간을 보내는 셈이라
땀이 뚝뚝 떨어지는 산행내내
우린 아주 흡족해 했다.
내일은 쾌청한 하루로 예보가 되어 있다
오늘 보다 내일이 더 기대가 된다는건
가슴 설레이는 일이다.
자............
이제는 저녁밥을 지어 먹을 차례이다
대피소 소등시간 9시이므로 이전에 모든걸 마무리 하고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한다
껀니는 봉지 김치를 가지고 오느라 고생을 했다
빼꼼이는 사진사로서 의무를 다하느라 애썼고
엄마는 먹거리 전부를 32리터 배낭에 구겨 넣느라
또 그 무게에 고생했다
아빠는 아빠답게 60리터 배낭을 폼나게 운반하느라
힘들다 말은 못하고 뒤로 뒤로 쳐지기만 했다.
저녁은 삼겹살과 새로지은 밥과 국을 준비했다
엄마는 손솜씨가 좋고 빠르다
금새 준비를 한다
저녁밥은 압력밥솥에서 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린 무지 맛있게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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