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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13구간

(버리미기재-장성봉-희양산-백화산-이화령)

  

 

▶ 종주 구간  :  13구간 (버리미기재~이화령)

▶ 종주 일정  :  ‘10.7.31(토) - 8.1(일) (1박2일)   

   ▷ 첫째날  : 승용차 이용 연풍 주차 → 들머리 버리미기재 택시 이동 → 배너미평전 → 은티마을  은티주막 1박

   ▷ 둘째날  : 은티마을 → 배너미 평전  → 날머리 이화령 → 연풍 택시 이동 → 귀경

▶ 구간 거리  :  총 30.44km  

   ▷ 첫째날   :  버리미기재 -1.97- 장성봉 -5.35- 악희봉 -2.16- 은치재 - 2.75 - 지름치재 -1.38- 희양산 -2.28- 배너미평전   15.89km

   ▷ 둘째날   :  배너미평전 -2.26- 이만봉 -1.1- 사다리재 -2.46- 평전치 -1.45- 백화산 -1.85- 황학산 -3.9- 조봉 -1.53- 이화령  14.55km

   ▷ 접속구간 (2.4km)  :  은티마을 -2.4- 배너미평전

   ▷ 버리미기재(450) - 장성봉(915) - 막장봉갈림길(877) - 827봉 - 787봉 - 사거리공터(700) - 악휘봉삼거리(821) - 820봉 - 722봉 - 은티재(520) - 구왕봉(877) - 지름티재(650) - 희양산갈림길(980) - 시루봉갈림길(900) - 은티마을(200) - 이만봉(989) - 사다리재(820) - 평전치(900) - 백화산(1,063) - 황학산(910) - 조봉(680) - 이화령(548)

▶ 소요 시간

   ▷ 첫째날  :  11시간 20분  

   ▷ 둘째날  :   8시간 10분

▶ 산행 날씨  : 흐리고 짙은 운무

산행 회차  :  10회차

▶ 산행(주의) 구간  

   ▷ 장성봉 정상

      - 정상에서 직진하면 애기암봉으로 가는 길임

       - 정상 좌측 대간 리본 많은 길로 진행해야함.

   ▷ 희양산 구간

      - 지름티재에서 희양산 산행을 통제. 감시초소에 직원 근무.

      - 직원근무시에는 우회로로 접근 진행해야함

      - 희양산 직벽 로프구간 위험 주의 요함 

   ▷ 배너미평전 하산길

      - 배너미평전에서 은티마을 하산시 곧바로 계곡으로 진입하면 위험(길이 없음)

      - 배너미평전 계곡 바로 오른쪽 옆 시루봉쪽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길로 진행해야 함

 

▲ 버리미기재

새벽에 출발하여 연풍에 승용차를 주차시킨후 택시를 타고 버리미기재로 이동한다.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전날 미리 내려와 버리미기재 부근에서 1박을 하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 같아, 날머리 이화령에서도 가깝고 들머리 버리미기재로도 택시 이용이 가능한 연풍에 승용차를 주차시키기로 하였다.  

버리미기재에 도착하니 산객 한분이 먼저 도착하여 산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인지라, 일단 인사를 나누고 나니 낯익은 얼굴이다. "아, 그러고 보니 지난 5월에 여원재 민박에서 잠깐 뵈었었지요" 반갑게 다시 인사를 나누고, 대간 진행상황을 서로 주고 받는다. "아, 저하고 진행 상황이 똑 같은데 어찌 그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지요?" 종주구간을 30키로 정도로 구분해서 단 한번에 종주하면서 북진하였다 한다. "음, 저하고는 차원이 다른 종주꾼 이십니다"  감탄하면서 오늘 산행 동행자가 되었지만, 산행속도가 다르니 먼저 가시라고 권유하였지만, 끝내 13구간을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이후 마포에 사는 오형과는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대간종주를 같이 하게 된다.

버리미기재 이름이 특이하여 자료를 찾아보니,

버리미기재는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로 아홉 번 시집을 가서 낳은 자식들을 ‘벌어 먹이던’ 팔자 센 주막집 과부의 전설이 전해지듯, ‘버리미기(벌어먹이다의 사투리)’를 위해 넘나들던 삶의 고개들이다. 또, 다른 설은 보리 먹이로서 버리(보리)와 미기(먹이)의 합성어라는 설이다.한편, 문헌비고와 산경표에 의하면 희양산과 대야산 사이에 주현(周峴)이라는 고개가 있는데, 이를 우리말로 보면 주의(周衣)를 '두루마기' 라고 한다. 이를 미루어 보면 주현을 두루미기 고개라고 하겠는데 이 '두루미기' 가 변음되어 '버리미기'로 변한 것이라는 설이다.

 

 

▲ 버리미기재에서 장성봉까지는 윗사진과 같은 왕바위들이 듬성 듬성 박혀있고, 이 바위들을 우회하며 계속 오른다. 급경사는 아니라 하더라도 고도를 450미터 이상 높혀야 하므로 꾸준한 오름길이 계속된다.

 

 

▲ 30여분 진행하자 로프구간도 나오지만 직벽구간은 아니기에 손쉽게 오른다. 

 

 

▲ 40여분 오른후 지나온 구간을 조망해 보지만 운무가 짙게 끼어 있다. 운무가 조망을 가리니 별로 할일이 없다.  그냥 대간길을 따라서 장성봉으로 향한다. 

 

 

▲ 정상 가까이에서 119구조요청 지점4를 지난다.

 

 

▲ 이정표, 출입금지 안내판 등이 있는 장성봉에 도착하지만, 정상은 숲에 묻혀 있어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들머리 버리미기재에서 장성봉까지 1시간 10여분 정도 소요되었다. 순조로운 출발이다.

 

 

▲ 10여분간 휴식을 취한후 애기암봉 가는 길을 주의하라는 선답자들의 충고에 따라, 주의를 살펴본후 대간리본이 많이 붙어 있는 길을 택한다.

 

 

▲ 막장봉 0.7㎞ 이정표를 지나며, 막장봉쪽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막장봉 갈림길에서 막장봉은 좌측, 대간길은 우측이라 한다.

 

 

▲ 운무가 심하여 주위를 살필 필요가 없으므로 대간길만 보고 걷는다.

 

 

▲ 악휘봉갈림길 가는길은 작은 봉우리를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진행하지만 급경사 구간이나 암봉구간이 없어 상대적으로 편하게 산행할 수 있다. 악휘봉 갈림길이 가까워 지면 안부로 좀더 깊게 내려 갔다가 다시 악휘봉 갈림길을 향해서 조금은 경사가 급하게 오르게 된다. 장성봉(915)-830-852-827-804-809-787-안부-악휘봉갈림길(821) 순으로 지나게 된다.

 

 

▲ 조망이 트여 사진에 담았지만 아직도 운무가 가시지 않았다. 저멀리 애기암봉쪽 능선인 듯 싶다. 

 

 

▲ 장성봉을 출발한지 2시간이 넘어 가지만 아직도 악휘봉갈림길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장성봉에서 악휘봉갈림길까지는 5.5키로로 꽤 멀은 거리이다.

 

 

▲ 지나온 능선을 되짚어 본다. 

 

 

진행방향 좌측 칠보산 능선인 듯 싶다. 

 

 

▲ 안부에서 악휘봉 갈림길을 향하여 30여분간 땀을 흘리며 오른다. 

 

 

▲ 갈림길 도착직전 능선길은 부드럽기만 하다.

 

 

▲ 악휘봉 갈림길

악휘봉까지 왕복 20분이면 된다는 거리이지만 운무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조망이 시원치 않을 것 같다는 핑게로 왕복산행을 포기한다. 허나, 진짜 이유는 산행시간 4시간을 넘기고 무더위와 싸우며 진행하다 보니, 되도록이면 산행거리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악휘봉 갈림길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 다른 산객님 블러그 사진을 한장 퍼왔다.

소요시간은 장성봉에서 악휘봉갈림길까지 2시간 50분정도 소요되었다. 들머리 버리미기재에서는 4시간 정도 걸렸으니 이 무더위에 양호하게 진행한 편이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구간이다. 급경사 구간에, 통제지역에, 힘이 빠지는 산행말미에 희양산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 악휘봉갈림길까지는 흙길이 자주 나타나고 급경사가 드물었지만, 이제부터는 정반대로 바위지대, 암릉구간이 자주 나타난다. 그만큼 급경사 구간이 많아져 산행시간도 예상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 한마디로 땀께나 쏟아야 하는 힘든 구간이다.

악휘봉갈림길(821) - 820봉 -바위지대- 722봉 -암릉길- 은티재(520) - 주치봉(683) -마당바위- 구왕봉(878) - 지름티재(650) -직벽구간- 희양산(998) 순으로 진행하게 된다.

 

 

▲ 악휘봉갈림길에서 10여분 진행하자 주치봉과 구왕봉이 높은 봉우리를 자랑하며 그 모습을 나타낸다. 

 

 

▲ 오늘 민박을 하게 될 은티마을도 내려다 보인다.

 

 

▲ 악휘봉 너머 마분봉쪽 능선 모습이다.

 

 

▲ 820봉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후 철계단 급경사 내리막을 탄다.

 

 

▲ 바위전망대에서 지나온 820봉쪽을 조망해 본다. 

 

 

▲ 820봉 너머로 날카로운 마분봉 능선도 조망된다 

 

 

애기암봉쪽 능선은 운무가 더 심해지는지 희미한 윤곽만 잡힐 뿐이다. 

 

 

▲ 820봉쪽을 한번더 조망해 보고 산행을 계속한다. 

 

 

▲ 소나무와 함께 자라는 입석도 사진에 담는다. 

 

 

▲ 암릉길 구간이다. 은티재까지 내리막으로 계속되는 암릉길은 여름이야 미끄럽더라도 조심하면 되지만, 눈이 쌓이고 어름이 어는 겨울엔 빙판 구간으로 변하여 위험할 듯 하다.  암릉길을 내려가기 전 주변 경치를 사진에 담아 보지만 스모그처럼 희뿌연 안개때문에 좀처럼 먼거리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 앞으로 올라야 할 주치봉과 구왕봉 모습이다. 희양산 모습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 암릉구간을 내려오면 은티마을로 내려 갈 수 있는 은티재에 다다른다. 어딘가 모르게 오래된 듯한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고개이다. 봉암사쪽 출입금지 안내판과 튼튼하게도 설치해 놓은 목책 또한 이색적이다.

 

 

▲ 산림유전자원보호림 답게 울창한 숲으로 뒤덮혀 있는 은티재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목책 너머로 평상이 눈에 뛴다. 은티재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봉암사에서 만들어 놓은 평상인 것 같다

 

 

▲ 은티재에서 주치봉 정상을 향해 급경사로 땀을 쏟으며 오른다.  주치봉은 구왕봉이나 희양산때문 인지 몰라도 별로 높아 보이지 않던데, 막상 오르려니 힘이 든다. 만만하게 볼 봉우리가 아니다. 주치봉 정상은 평평하게 터를 닦아 놓았고 주변은 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차 조망이 없다.

 

 

▲ 주치봉에서 내리막을 타다 보니 고개가 나온다. 호리골재라 한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풀숲이 되어버린 옛 고개길 같다. 이 고개길도 역시 은티마을로 통할 것이다.  은티마을외에 다른 마을도 없을 뿐더러 모든 길은 은티마을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 구왕봉을 향해서 출발해서 조금 진행하자 은티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 구왕봉 오르는 길은 암릉구간은 아니지만 서너개의 자그마한 봉우리를 넘으며 구왕봉(877봉) 정상까지 고도를 높혀야 하므로 땀을 뿌려가며 올라야 한다. 반대로 구왕봉 정상에서 지름티재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 암릉구간으로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그 만큼 오름길보다 내리막길이 경사가 급하다. 

 

 

▲ 50여분 진행하자 바위전망대가 나타나 잠시 숨을 돌린다. 바위로 올라가자 애기암봉 능선이 살짝 보인다. 

 

 

▲ 꺽쇠 모양의 고목 사이로 구왕봉 옆구리 암벽도 보이고 은티마을도 내려다 보인다. 

 

 

▲ 곧 이어 마당처럼 넓고 평평한 바위가 나타난다. 이 곳을 마당바위라 부르지 싶다. 마당바위를 지나면 평탄한 길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 땀을 펑펑 쏟아가며 널직한 구왕봉 정상에 도착한다. 하지만 나무숲에 묻혀 있어 주치봉처럼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정상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기가막힌 전망대와 직벽에 가까운 암릉구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땀을 닦으며 간식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한낮이 되니 무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정수리에서 샘처럼 솟는 땀은 주체할 수가 없다. 흘러내리는 땀을 열심히 닦아 보지만, 등산복이 온통 땀으로 젖어 버린다. 날머리 버리미기재에서 구왕봉까지 7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시간이 살같이 흐른다. 체력이 소진되어 가자 진행속도는 떨어지고 소요시간은 점점 더 길어져만 간다. 거기에다 희양산을 올라야 한다는 압박감이 시간을 더 빨리 흐르게 하는 것 같다.

 

 

▲ 구왕봉 정상을 출발하자 마자 전망대가 나타나며 희양산이 정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희양산은 둥그런 바위산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외감을 일으키게 한다. 지나온 대야산이 뾰족하다면 희양산은 둥글둥글하고, 대야산이 도전적이라면 희양산은 너그러운 풍모를 자랑한다. 지금까지 대간을 타면서 보아 왔던 산들과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희양산이다.

 

 

▲ 희양산을 지나 시루봉쪽 능선을 조망해 본다

 

 

▲ 희양산 아래에 있는 봉암사쪽을 살펴보지만 희미하기만 하다. 잠깐 희양산 주변을 조망한후 지름티재를 향하여 급경사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다. 

 

 

▲ 지름티재를 향해 한바탕 급경사 암벽구간을 타고 내려오면 또다시 멋진 전망대가 나타난다. 희양산이 좀더 가깝게 보이자, 지름티재에서 희양산으로 올라야 할 대간길을 열심히 가늠해 본다. 헌데, 희양산 오름길이 왜이리 높고도 어렵게만 보이는지 모르겠다. 사진보다 훨씬 더 가파르고 멀기만 하다.

 

 

▲ 오늘의 목적지 시루봉 아래 배너미 평전쪽으로 자꾸만 눈길이 간다.

 

 

▲ 전망대에서 실컷 구경을 하고 나서

 

 

▲ 수차례 급경사 암벽구간이 나타나 밧줄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간다. 겨울철에 특히 조심해야 할 위험 구간이다.

 

 

▲ 지름티재 하산길에서 이런 급경사 밧줄 구간이 대여섯 차례 나타나는 것 같다.

 

 

급경사 암릉구간을 내려오자 튼튼한 나무 울타리를 따라 부드러운 흙길을 만나게 된다.

 

 

▲ 감시초소가 있는 지름티재에 도착한다. 고개 주변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보기에도 좋다. 그런데, 감시초소 근무중이던 아저씨가 나오더니 희양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통제중이니 지름태재에서 하산하다 다른 우회길을 이용하라 한다. "이 길이 아니면 오를길이 없는데....." 하며 통사정을 해보았지만 결국 설득에 실패하고 만다.  

 

 

▲ 근무중인 아저씨 설득에 실패하고 할수 없이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름티재는 괴산 연풍과 문경 가은을 잇는 최단거리 지름길 고개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희양산과 구왕봉을 오르는데 기름(지름)처럼 미끄럽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다. 

 

 

▲ 하지만, 종주꾼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포기할 수가 없다. 만약 이 구간을 건너 뛴다면 언젠가 다시 와서 보충산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행중인 오형과도 이심전심으로 통한다. 지름티재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내려와 급경사 산비탈로 달라 붙는다. 길도 없는 급경사에 잡목과 덩굴들이 엉켜있는 산비탈에서 이 들을 헤치고 길을 만들어 가며 오른다. 30여분간 고생한 끝에 다시 대간길로 복귀하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희양산 직벽구간으로 향한다. 하지만, 30여분간의 시간과 아껴 써야 할 얼마남지 않은 체력을 쓸데 없이 소모해 버린 꼴이 되었다.

지름티재에서 희양산 직벽 구간까지는 쉼없이 오르막이 계속된다. 직벽구간이 가까와 지면 경사는 더 급해지고 너덜지대를 올라 직벽구간 하단부에 도착한다. 

 

 

▲ 그 이름도 유명한 희양산 직벽구간이다. 서너차례 밧줄을 바꾸어 가며 한참을 올라야 하는 구간으로 수직에 가까운 경사와 까마득하게 높아만 보이는 암벽구간이다. 동행자 오형이 먼저 오르고 조금은 거리를 두고 뒤따라 오른다. 의지할 것이라고는 두손으로 꽉잡은 밧줄뿐이라 되도록이면 밑을 보지 아니하고 위만 보면서 오른다.

 

 

▲ 마지막 로프구간은 좁은 바위틈으로 올라야 하고, 빗물이 흘려내려 로프까지 젖어 있다. 겨울철에 특히 조심해야 할 구간인 것 같다.

 

 

▲ 직벽구간의 끝이 보인다. 저 나무 울타리만 넘으면 희양산 갈림길이다.

 

 

▲ 희양산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후 배낭을 벗어 놓고 희양산 정상으로 향한다. 희양산 정상은 갈림길에서 10여분 더 올라야 한다.

오늘 산행시간을 계산하여 보니 날머리 버리미기재에서 10시간, 악휘봉 갈림길에서 5시간 20분, 은티재에서 4시간 10분, 구왕봉에서 2시간 10분 소요되었다. 중간중간 휴식도 취하고 지름티재에서 길없는 산비탈을 우회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기로 한다. 오늘은 은티마을에서 하루밤을 묵을 예정이므로 서둘러 산행할 이유가 없다.

 

  

▲ 정상으로 향하다 구왕봉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희양산쪽에서 바라 보니 구왕봉 또한 암봉 모습이다. 저런 급경사 암릉구간에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요리조리 직벽을 피해가며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 희양산 정상부는 왼편은 나무숲이고 오른편이 나무가 없어 조망이 트인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주변 전망은 무더위에 지친 종주꾼을 충분히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비록 운무가 끼어 조망이 시원치 않지만 그래도 환상적이다. 

 

  

희양산 자락에 있는 봉암사가 보일듯 말듯 하다.  

 

 

 ▲ 희양산 정상석은 소박하기 그지 없다. 누군가가  바위위에 자연석을 쌓고 손으로 "희양산 998M" 글씨를 써서 세워 놓았다. 있는 그대로 정상석이 소박하지만 오히려 보기에도 좋다. 지난 구간중 윤지미산 정상석이  희양산 정상석과 돌을 쌓은 방식이나 글씨체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희양산(曦陽山) 자료 (펌)

희양산은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고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우뚝 솟은 신령스러운 암봉이다. 산중턱에서 정상쪽으로 암벽을 두르고 솟은 모습이 특이하며 옛날 사람들은 희양산의 장엄한 암벽을 보고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오는 형상"이라고 했다.  지증대사가 희양산 한 복판 계곡으로 들어가 지세를 살피니  "산은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으니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하고 계곡물은 백겹으로 띠처럼 되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 하였다"고 감탄한 산이라고 전한다. 태백산을 일으켰던  백두대간 줄기는 여기에서 다시 서쪽으로 휘어지면서 이 일대에서  가장 험준한 산세를 이뤄 놓았고, 이들 산 가운데 가장 빼어난 산이 바로 희양산이다.   

봉암사 (鳳岩寺)

신라 헌강왕 5년(879)에 지증대사가 창건한 전통 사찰. 가은읍 원북리 희양산 기슭에 위치. 백운곡에 계암(鷄岩)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 절을 창건시 닭 한 마리가 새벽을 알렸다고 봉암사라 붙여졌다 한다.

봉암사는 성철 스님을 비롯해 자운, 보문, 우봉 스님이 ‘부처님의 법대로 살아보자’ 라는 뜻을 모은 봉암결사로 유명하다. 스님들은 부처님 법에 가깝게 모든 것을 행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부처님 법에서 멀어진 기존제도는 과감하게 개혁하였다. 또한, 손수 농사를 짓고 밥을 해먹는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등으로 스스로 결사 수행에 돌입하여 해방이후 한국불교 개혁과 재건에 밑거름이 되었다. 봉암결사는 단순한 제도개혁이 아닌 참선 수행을 통해 무너져 내리는 불교를 바로 세우자는 운동이었다.

 

 

▲ 무더위에 지친 모습으로 기념사진 한장 찍는다.

 

 

정상 주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암봉도 찍어보고 발아래 펼쳐지는 경치도 마음껏 구경한다. 오늘 산행중 가장 여유있게 한참 머무르며 휴식겸 조망을 즐긴다. 운무가 가시지 않아 멀리보는 경치를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뭐"하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드린다.

 

 

▲ 희양산 정상에서 되돌아 나와 배너미평전으로 향하다 산성길을 만난다. "이 높은 산꼭대기에 왜 이런 산성이 필요했을까?" 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희양산에 오르고 나면 배너미평전까지 완만한 능선이 펼쳐질거라 예상했는데, 오르기 만만치 않은 작은 봉우리들이 연속해서 나타난다. 역시, 오늘도 대간길은 날머리를 쉽게 보여주지 않으려나 보다.  

 

 

▲ 저멀리 963봉, 이만봉 능선이 보인다.

 

 

▲ 희양산 갈림길에서 배너미 평전 사이에 대여섯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있고, 이 봉우리들을 넘어야 배너미평전이 나온다.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가며 작은 봉우리들을 넘는다.

 

 

▲ 배너미 평전 오늘의 산행종료 지점인 배너미평전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 놓고 휴식을 취한다.

버리미기재를 오전 5시 30분경에 출발했으니 배너미평전까지 11시간 20여분 걸린 셈이다. 또 장시간 산행을 하게 되었다. 이 무더운 여름날씨에 장시간 산행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걸 지난 산행때 느꼈던 지라, 종주구간을 짧게 끊어 보려고 이 궁리 저 궁리 해보았지만, 얻은 결론은 애초의 계획대로 진행하자 였다. 종주 소구간을 변경하게 되면 남은 모든 구간이 흐트러 지면서 계획을 다시 짜야 하고 무엇보다도 교통편이 맞지 않아서 "없었던 일로 하자" 였다. "이 지겹도록 무더운 여름 날씨야 한달이면 물러 가겠지". 그래도, 지난 대야산 구간때 만큼 지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산행이 끝났으니 가뿐한 마음으로 평전을 둘러 본다.

 

 

▲ 배너미평전은 말그대로 널다란 평지로 예전에 화전민들이 살았을 것 같은 지형이다. 내일 아침 이곳에서 산행을 다시 시작하기에 이만봉 가는 길을 확인해 보니, 등산로가 여러 갈래인듯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어지럽다. 그 중 제일 넓고 리본이 가장 많이 붙어 있는 길을 택하기로 하고 은티마을로 향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선택했던 길은 시루봉쪽으로 치우친 963봉을 거치지 않는 우회길이었다.

 

 

▲ 은티마을로 하산하면서 길을 잘못 들어 위험하고 힘들게 내려왔다. 배너미평전에서 곧바로 계곡으로 내려간 흔적들이 있어 이를 따라 진입하였더니, 급경사 계곡은 살아 움직이는 불안한 상태인 돌들이 쌓여 있었다. 이런 돌들을 피하며 위험하게 내리막을 탔지만, 돌과 같이 구르는게 아닌가 하는 아찔한 순간도 맞이하였다.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았지만 너무 많이 내려와 버렸기에 할 수 없이 위험한 계곡길을 힘들고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분명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길이 있을텐데" 하며 아무리 계곡주변을 둘러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1시간 가까이를 계곡에서 헤매며 내려오자 그제서야 은티마을 가는 길이 나타난다.  

다음날 은티마을에서 배너미평전으로 올라가며 어떻게 길을 잘못 들었는지 유심히 살펴보니, 애초 배너미평전을 출발할때 계곡으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루봉 산자락쪽으로 나있는 길을 선택하여 계곡보다 한참 높은 산줄기를 지그재그로 타며 내려 와야 했다.

  

 

▲ 은티마을이 가까와 지자 식수원보호구역도 나타나고 콘크리트 임도도 나타난다. 

 

 

▲ 길옆 과수원에는 푸릇푸릇 싱그러운 사과들이 한여름 무더위 열심히 보내고 있다.

 

 

▲ 은티마을에서 배너미 평전쪽을 올려다 본다. "에이, 괜한 고생을 하면서 내려왔네" 하며 은티주막으로 향한다.

 

 

 

▲ 은티마을 산행 안내도이다. 이 안내판을 보고 나서야 구왕봉 오르기전 고개가 호리골재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 은티마을

대간 산행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백두대간 주막집, 은티주막에 도착하자 주막집 여사장님이 반겨 주신다. 우선, 타는 듯한 갈증을 막걸리 한사발로 해소한다. "캬, 쥑인다"  술은 못하지만 힘들게 산행을 끝내고 나서 먹는 막걸리 한잔은 정말 "쥑인다"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시원하다. 술을 못하는 내가 이럴진데, 술 잘하는 사람들은 이 막걸리가 얼마나 맛있을까? 동행한 오형은 앉은 자리에서 막걸리 세잔을 그대로 들이킨다. 그리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다음 술잔을 또 받는다.

은티마을로 내려오면서 미리 주문한 백숙으로 안주겸 저녁식사를 하면서, 어둠이 짙어 질때까지 오형과 길고긴 대간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도 무더위에 급경사 구간을 만나 힘든 산행을 하였지만 이렇게 막걸리 한사발로 행복해 하며 13구간 1일차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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