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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6. 작성글 카페에서 블러그로 옮김*
추석 전날엔 항상 고향집에 가있다
차례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지루한 고속도로 정체구간을 통과해야만 하지만
올해는 연휴 기간이 길어서 인지
내려오는 길에 크게 고생하지 않고
차례를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되도록 도착하였다
고향마을은 낮은 높이의 산자락에 위치해 있고
그 동산에는 조상 묘소가 있다
마을 앞으로는 금강이 흐른다
마을로 내려 오는 능선에는 어릴적 뛰어놀던 미끄럼틀 잔디밭이 있다
허지만 놀이동산은 비어 있고 어느덧 나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잔디밭은 찾아 볼 수 없다
동네사람들이 많이 떠나간 지금
겉모습과는 다르게 많이 변해버린 고향마을이다
추석이라면 으레 시끄러웠던 마을이
이제는 찾아오는 손님마저 드물어 썰렁하기까지 하다
우리집 역시 빈집이다
기제, 차례를 지내러 나와 동생가족이 내려 올 뿐이다
예전엔 11명 대가족이 추석을 맞이했었는데 이젠 아들 둘뿐이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로 모두들 떠나고 몇몇 어른들만이 고향마을을 지키고 있는데 일부는 아들네 집으로 추석을 쇠러 간다
몇 집만이 차례를 지낼 것이다
어릴적 시끄럽던 마을 분위기만을 간직하던 우리들에게
어느 순간 고향마을은 명절조차 조용하고 사람이 없는 마을로 바뀌어 버렸다
부모님이 고향을 지키고 계셨을 때는
고향을 간다는 당위성에 대해서 한번도 의심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두분 모두 다른 세상으로 가신 지금은
무언가 부족한 귀향길이 되곤한다
빈집에 들어서면 퇴색되어 가는 집모습에
온기가 없는 썰렁함에 가슴은 먹먹해진다
지붕에 칠한 파란색 페인트도 벗겨지고 바래고 해서
보기에도 좋질 않다
낡은 집을 헐고 새집을 조그맣게 지어서
은퇴하면 내려와 살아야지 하면서도
자신감이 없어서인가
과연 은퇴한후 늙고 병든 몸으로
고향땅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리고
성묘하러 산을 오를 때면
억만금으로 가슴을 내려 누르며
깊은 한숨이 베어나오는 이유는 뭘까?
자식의 철부지 모습에 대한 회한일까
못다한 자식노릇이 슬퍼서 일까
텅빈 고향집이 안스러워서 일까
스쳐 지나가는 정리되지 못한 마음속 사진들과 함께
온통 부족하고 아쉬움뿐이다
기다려 주지 않았던 부모님이 가끔은 꿈속을 찾아 오시지만
꿈속의 만남으로는 아무것도 보여 드릴게 없다
이렇듯
다 떠나고
세월이 흘러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고향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 가나 보다
언젠가 나도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기약없는 귀향에 대한 향수는
문득 문득 부모님 모습과 겹쳐 지면서
푸근한 고향땅보다는
다 떠나보낸 외로움에
철부지인 나 자신이 부끄러워 지기만 한다
내년부터는 조부, 부모님 제사를 시골서 지내지 않고 서울서 지내기로 하였다
동생들 집도 서울, 안양이고
매번 기제때마다 아무도 없는 시골집을 가서
제수를 장만하기도 힘들고
평일이면 휴가를 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부득이 올해까지만 기제, 차례를 시골 고향집에서 지내기로 하고
내년부터는 서울서 지낼 것을
지난번 제사때 축문에 삽입하여 알려드렸다
결국 고향집에서의 추석은 올해가 마지막이리라
그러면
성묘, 벌초외에는
더 더욱 고향갈 일은 적어 질 것이다
가고 싶어도 쉽게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처가집 장모님이 계시기에 장모님 뵈러 갈때면
고향집을 들를 수 있을 것이다
처갓집과 고향집은 차로 10여분 밖에 안걸리는
20여리 거리로 가깝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분 장모님이 계실때라도
자주 찾아뵈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자식들이란 부모가 다른 세상으로 떠나야
그 빈자리를 알고 슬퍼한다
지금 장모님이 계시니 당연히 계신걸로 알지만
막상 장모님마져 다른 세상으로 가신다면
또 그때 가서 슬퍼할 것이다
고향땅에서 마지막 추석은
어릴적의 들뜬 분위기도 아니고
젊은 시절의 멋내는 분위기도 없이
아무 쓸모도 없는 슬픔이랑 같이 내게로 왔다가
어느덧 한달여를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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