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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루와 난계사

어류산 2011. 8. 15. 18:24

호서루와 난계사

 

 

2011.8.15

모처럼 고향을 찾았다

자주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호서루와 난계사를 일부러 들러 사진기에 담았다.

어릴적에 매일 보던 호서루와 난계사

나이를 먹으며 보는 호서루와 난계사

그럼에도 느끼는 감상적인 마음의 변화는 느끼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도 다들 그자리를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변치않을 거란 믿음때문일까?

 

호서루와 난계사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비켜서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난계사,난계국악박물관 등이 있고 양강교로 금강을 건너면 호서루가 영동군 심천면 금정리 작은 산자락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사실 금정리 마을은 금강 상류쪽으로 2키로정도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묘하게도 호서루가 위치한 자리는 행정구역이 금정리로 되어 있나보다.

 

고향집이 고당리에 있기에 어린시절 초강초등학교를 다닐때 하루에 두번은 양강교를 건너고 호서루 옆길로 해서 등.하교를 하였다. 그래서인지 양강교와 호서루는 친숙하고도 정겨운 고향풍경중 일부분이었지 특별하게 인식하는 대상물은 아니었다. 지금도 그러하여 고향땅을 밟으면 그저 반가운 모습이기만 할 뿐이다.

난계사 역시 난계 할아버지를(동네에서 옛 어르신들을 할아버지로 통칭함) 모신 사당으로 초등학교다닐때 군청에서 예산을 투입하여 확장하였고 그 이후에도 박물관, 연수관, 체험관 등을 계속 신축하고 있으므로 낯설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기 보다 고향집이 있는 자연스러운 마을 풍경으로 인식하며 흘러 왔다.

 

 

 

 

▲ 양강교

금정리쪽 건너편에서 고당리쪽으로 바라본 양강교.

겉모습은 이쁘게 단장하였지만

오래된 楊江橋 표시석이 지나온 역사를 말해 주고 있는 듯하다

호서루는 양강교 오른편에 바로 위치해 있다.

 

양강교는 일본 강점기 시절에 완공된 무척이나 오래된 다리로 철은 녹슬고 콘크리트는 부숴져 금이가고 떨어져 내린다. 노후화가 심각하여 지금은 승용차 정도만 다닐 수 있도록 통행제한 출입문을 설치하였다. 대신 상류쪽으로 4차선 고당교를 새로이 건설하여 양강교는 이젠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역사적 유물로 자리하고 있다. 

양강교는 우리의 현대사 모두를 간직하고 있는 다리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광복절을 맞이하기도 하였고,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남하하려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미군에 의해 다리가 일부 폭파되어 전쟁이 끝난후 재건되기도 하였다. 해서, 지금도 다리교각을 보면 일본이 건설한 다리 교각과 미군에 의해서 건설한 교각이 다르고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도 틀림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교 다닐때 전쟁당시 진지나 참호였던 양강교 주변 곳곳에서 탄피나 불발탄이 수없이 발견된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는 신기하기만 하였는데 불발탄은 비행기 투하용 포탄이 대부분이었으니 금강다리인 양강교를 두고 전투나 폭격이 매우 치열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였다.

대형사고가 일어난 또 다른 아픈 사실도 있다

80년대 중반에 손님을 가득 태운 시외버스가 다리밑으로 전복되면서 얼음판으로 떨어져 1명만 기적적으로 구조되고 38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나기도 하였다.

 

이젠 양강교도 본래 의무를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하여 인근 지역주민들을 위한 통행용, 관광용으로만 쓰이고 있다.

 

 

 

 

 

 

 

 

 

 

 

 

 

 

 

 

 

 

 

 

 

 

 

 

 

 

 

▲ 호서루

호서루는 안내판 내용과 같이 박씨문중에서 신축한 누각으로 사방이 훤히 트이고 경관이 수려한 곳에 세워졌다. 지금은 호서루가 주변 나무숲에 묻혀 버릴 기세지만 40여넌전인 초등학교 시절엔 나무숲이 형성되기 이전이므로 뛰어난 조망을 자랑하였다. 고당리쪽을 보면 백사장이 깔린 금강이 흐르고 심천리쪽을 보면 미루나무섬이 강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으며 약목리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푸른 들판이 영동쪽을 향해서 길게 뻗어 있었다.  

어린 우리들은 초등학교를 오가다 호서루에 올라 놀기도 하였으며, 한여름에는 항상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이 곳에서 책과 공책을 펴놓고 숙제를 하기도 하였다. 농사를 지으시던 어르신들도 여기서 점심을 드시고 짧게 한숨 자기도 하였으니 다목적 호서루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호서루를 신축할 당시 어르신들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잘익은 술한잔에 시한수 읊고 저멀리 흐르는 산자락을 감상하고 싶었을까? 이런 정감이 가던 호서루도 세월이 흘러 몇번의 개보수와 색칠을 하게되었고, 찾는 이 조차 드물은 한적한 지방문화재로 변모하였다. 이젠 어르신들은 떠나고 우리들도 객지생활을 하고 있으니 진정으로 찾는이 없어 슬퍼하는 호서루가 되어 버렸음이 맞는 것 같다. 

 

호서루 안쪽에는 신축할 당시 재물 기증자 명단이 나열되어 있는 명판이 있는데 할아버지, 큰할아버지, 아저씨 이름 등이 새겨져 있다. 금액상으로 봤을때 당시에도 적지 않은 재산가액을 기부하였으니 기부하는 분보다 기부금 모금을 추진하였던 분의 노고가 더 커보이는 건 왜 일까?  아무리 문중일이라 하지만 힘들게 모은 재산의 일부를 뚝 떼어 내어 기부를 하였다면 지금 생각해도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르신들간에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혼쾌히 기부금을 내놓았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호서루 신축이 가능했을 것이다.     

 

 

 

 

 

 

 

 

 

 

 

 

 

▲ 고당교

양강교의 노후화와 4차선 도로 확장시 도로 직선화를 위해 새로이 건설된 고당교이다. 1994년에 완공되었으니 아직 20년이 채되지 않은 교량이다.

고당교 바로 왼편에 난계박물관, 난계사 등이 위치해 있다.

 

 

 

 

 

 

 

 

 

 

 

 

 

 

 

 

 

 

 

 

 

 

 

 

 

 

 

 

 

 

 

 

▲ 난계사 등

난계사는 영동군 예산으로 신축되었고 이후에도 박물관, 체험관, 악기공장, 연수관 등이 차례로 건립되었다. 이렇게 하나둘 건물이 들어서더니 어느덧 우리동네는 국악촌으로 변모하여 영동군을 대표하는 국악마을로 변해버렸다.

 

난계사가 신축되기 이전부터 난계할아버지 묘와 국당할아버지 묘가 있는 고향마을은 밀양박씨 복야공파 문중 사당인 세덕사가 위치하고 있었다.  세덕사는 6분 할아버지들이 모셔져 있는데 그 중에 난계 할아버지도 계신다.  어린시절 매년 시사때가 되면 와글와글 책가방을 내팽개치고 내달음치곤 하였는데,  시사가 끝나면 나누어 주는 시사떡을 먼저 받기위해 줄서기 경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세월이 지나며 난계사가 새로이 넓은 잔디밭과 함께 만들어지고 박물관 등도 차례로 들어섰다.

 

덕분에 잠시 몇해동안 우리 아이들이 고향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난계사 등은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아마 난계사를 비롯한 박물관 등에서 놀고 떠들던 잊지못할 추억들이 아이들 마음속에 심어져 있으리라.  난계사, 박물관 등은 우리동네의 일부이자 우리들과 우리 아이들의 친숙한 휴식공간이자 놀이공간이었다.

또한, 매년 난계예술제가 개최되고 있어 행사때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도 방문객이 계속 이어진다. 더하여 군청에서 지속적인 투자로 국악기공장과 체험장, 연수관, 박물관 등에서 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개발도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모두들 고향을 떠났지만 떠난자리가 비워지지 않고 무언가로 채워진다면

그나마 푸근했던 옛 어린시절이 그리워지지는 않을 텐데 하며,

마냥 허전하지 만은 않은 고향마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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