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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산행 (둘째날)

(벽소령대피소-덕평봉-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한신계곡-백무동)

 

 

▶ 산행 일정  :  ‘12.11.2(금) ~ 11.3(토) (1박2일, 총 31.4km)

   ▷ 11. 2(금) 성삼재-벽소령, 18.6km

      용산역 - 구례구역 - 성삼재 -2.5- 노고단대피소 -2.7- 피아골삼거리 -0.5- 임걸령 -1.3- 노루목

      -1.0- 반야봉 -2.0- 삼도봉 -0.8- 화개재 -1.2- 토끼봉 -2.5- 명선봉 -0.5- 연하천대피소 -0.7-

      삼각봉 -1.4- 형제봉 -1.5- 벽소령대피소

     ▷ 11. 3(토) 벽소령-백무동, 12.8km

     벽소령대피소 -2.4- 덕평봉(선비샘) -1.8- 칠선봉 -1.5- 영신봉-0.6- 세석대피소 -6.5- 한신계곡

     (백무동) - 동서울

▶ 산행 시간  :  총 20시간 20분 (첫째날 : 11시간 40분, 둘째날 : 8시간 40분)

▶ 산행날씨  :  맑음 (첫째날 : 바람불고 쌀쌀, 둘째날 : 바람잔잔 포근)

▶ 산행 인원  :  4명

 

둘째날, 온풍기를 틀어 따뚯하기만 한 벽소령대피소에서 푹 자고 일어난다. 잠자리가 바뀌어도 아무데서나 잘자는 성격인지라 따스한 대피소에서 하루밤은 어제의 산행피로를 깨끗이 잊게 해준다. 반면, 동료들은 온풍기때문에 더워서 여러번 잠을 깼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 같은 실내온도라 하더라도 느끼는 체감온도도 각기 다른 모양이다. 따스해서 좋기만 했다고 내자랑만 할 수 없어 동료들의 고충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출발 준비를 한다.

 

버섯야채 스프로 간단히 아침 요기를 끝내고 벽소령 산장을 출발한다. 날씨는 어제와 달리 바람도 불지 않고 포근하기만 하다. 덕분에 방풍자켓은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벗어 버렸다. 덕평골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벽소령 임도를 지나 선비샘에서 목을 축이고 암봉지대인 칠선봉 구간을 통과한다. 한구비 돌때마다 기가막힌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고 셀 수 없이 펼쳐지는 갈래 능선들이 산객들의 넋을 앗아가 버린다. 저멀리 호남정맥 도솔봉, 따리봉, 백운산 그리고 억불봉 능선이 아련하기만 하고 오른편으로 불무장등, 왕시리봉 능선들이 왼편으로 삼신봉, 형제봉 줄기들이 장엄한 지리산의 하루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얼마나 가슴시리도록 그리워한 장면들인가? 살면서 힘들고 지칠때면 생각나는 이 곳, 무력감에 젖어들어 시끌벅적한 남대문 시장을 찾다가도 문득문득 가고자 했던 이 곳. 지리산은 나에게 비장한 슬픔을 가져다 주는 그렇고 그런 산이다. 지리산은 나보다 더 많은 굴곡진 삶을 살아 왔고 또 품어 갈테니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내 마음대로 결정 해도 다 받아 주는 곳이다. 그래서 저 많은 갈래능선중 하나에 나의 이야기도 한줄 얹어 놓고도 싶은 곳이다. 어쩌면 난 지리산을 어설프게 사랑하는 산꾼인지도 모른다. 한마디 말도 건네지도 못하면서 그냥 훌쩍 왔다 훌쩍 가버리는 어설픈 사랑처럼. 그냥 좋아서 왔다가 이런 저런 멋쩍은 행동으로 어설프게 가버리는 싱거운 사람처럼 말이다.

 

온종일 머무르고 가슴에 담아도 모자랄 칠선봉 능선을 지나 세석대피소에 다다른다. 아침을 간단히 먹었기에 세석에서 점심시간을 길게 가져간다.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구입하여 배꼽이 불쑥 나오도록 이른 점심을 먹고나니 오전 열한시반이다. 오늘은 서울에 도착해야 하기에 천왕봉 능선은 다음으로 미루고 조금은 서둘러 한신계곡으로 빠진다. 한신계곡은 세석에서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지름길로 초반 급경사를 이루며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에 내려서자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신선들이 사는 나라 한신계곡으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한다. 한신계곡이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계곡의 절경을 만나고 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곳곳이 폭포와 소를 이루고 세월이 닦아 놓은 바위계곡들은 모두가 둥글둥글 선녀와 나뭇꾼들이 사는 신선계곡이다. 이런 계곡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는가? 백무동 근처에 다다라 산객들이 보이지 않는 계곡에서 알탕을 즐긴다. 계곡물은 발이 시려워 오래 담글 수도 없다. 하지만, 냉탕은 이런 맛을 즐기는 것이니 차가운 계곡물에 잠시동안 몸을 담그고 깨끗한 새옷으로 갈아 입는다. 뽀송뽀송한 새옷에 몸이 후끈하게 달아 올라오는 짜릿한 황홀감은 산행이 끝난후 매번 알탕을 하게 만드는 엔돌핀이다.

 

 백무동에 도착하여 버스정류소 부근 식당에서 이른 저녁 식사겸 막걸리를 곁들인다. 서울까지 버스로 긴 시간을 이동해야 하므로 식사를 미리하는 것이다. 동료들과 함께 1박2일 품어주고 너그러이 감싸주던 지리산의 후덕함을 막걸리와 함께 반추해 본다. 아무런 사고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허락한 지리산에 애정을 듬뿍 담아 건배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흡족하게 식사를 끝낸후 막걸리 한잔술이 채 깨기도 전에 오후 4시 동서울행 버스에 오르며 행복했던 지리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 벽소령 대피소

 

 

▲ 벽소령쪽에서 조망한 덕평골

 

 

▲ 덕평봉(선비샘) 가는 길

 

 

▲ 선비샘

 

 

▲ 덕평봉쪽에서 조망한 대성골 주변 전경

 

 

▲ 칠선봉 가는 길

 

 

▲ 칠선봉쪽에서 조망한 대성골 주변 전경

 

 

▲ 칠선봉쪽에서 조망한 노고단 (가운데 봉우리)

 

 

▲ 칠선봉쪽에서 조망한 대성골 주변 전경

 

 

▲ 칠선봉쪽에서 조망한 천왕봉쪽 능선

 

 

▲ 줌으로 당겨 본 천왕봉

 

 

▲ 칠선봉쪽 능선

 

 

▲ 영신봉 가는길에 조망한 지나온 지리산 주능선 (노고단, 반야봉, 명선봉, 칠선봉)

 

 

▲ 영신봉 가는길에 조망한 대성골 주변 전경

 

 

▲ 영신봉

 

 

▲ 영신봉쪽에서 조망한 촛대봉과 세석산장

 

 

▲ 영신봉쪽에서 조망한 연하봉쪽 능선과 천왕봉

 

 

▲ 세석산장

 

 

▲ 세석갈림길

 

 

▲ 한신계곡 가는 길

 

 

▲ 한신계곡

 

 

▲ 한신계곡 오층폭포

 

 

▲ 한신계곡 가내소폭포

 

 

▲ 한신계곡

 

 

▲ 한신계곡 첫나들이폭포

 

 

▲ 백무동 가는 길

 

 

▲ 백무동에 도착하면서 1박2일 지리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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